“오징어 두 마리에 5만 6천 원?”… 바가지요금 막는 강력 대책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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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120 신고센터’와 ‘QR코드 신고’
바가지요금 근절의 신호탄 될까

바가지요금
바가지요금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돈이면 차라리 해외로 간다.” 언제부터인가 국내 여행 관련 기사에 어김없이 따라붙는 댓글이다. 아름다운 풍경과 맛있는 음식을 기대하고 떠난 여행지에서 마주한 터무니없는 가격과 불친절은 즐거워야 할 휴가를 악몽으로 바꾼다.

최근 유명 유튜버들의 잇따른 폭로로 경북 울릉도, 전남 여수, 강원 속초 등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민낯이 공개되자 성난 여론은 들불처럼 번졌다.

하지만 비난과 반짝 사과만 반복되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정부와 특히 강원도를 중심으로 전에 없던 강력하고 체계적인 대응이 시작돼 그 귀추가 주목된다.

바가지 요금 대응

울릉도 바가지요금 사례
울릉도 바가지요금 사례 / 사진=유튜브 꾸준 kkujun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강원도 관광불편 신고센터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중앙로 1에 위치한 도청 콜센터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이 강력한 조치가 나오기까지, 소비자들의 불만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었다.

경북 울릉군에서는 1인분에 1만 5천 원짜리 삼겹살이 사실은 비계가 대부분인 찌개용 앞다릿살로 밝혀졌고, 한 유튜버는 2만 원 거리의 택시요금을 5만 원 넘게 지불하는 피해를 겪었다.

누리꾼들은 “예전부터 바가지가 심했다”,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며 뿌리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이러한 문제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았다.

속초 바가지요금 사례
속초 바가지요금 사례 / 사진=유튜브 김술포차

연간 1,300만 명이 찾는다는 전남 여수의 한 유명 식당에서는 2인분을 주문한 ‘혼밥 손님’에게 “아가씨, 여기 혼자 오는 손님만 있는 게 아니거든. 얼른 드셔야 한다”며 면박을 주고 20분 만에 자리에서 내쫓는 일이 벌어졌다.

여름 휴가철 국내 여행 선호도 1위인 강원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속초의 명물이라 불리던 오징어 난전에서는 한 상인이 1인 손님에게 “빨리 잡숴”라며 식사를 재촉하는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뒤이어 해당 난전에서는 “요즘 오징어가 귀하다”며 오징어 두 마리에 5만 6천 원을 요구하는 바가지요금 실태까지 폭로되었다. 피해 관광객이 “몇 입 먹지도 않았는데 ‘더 안 시키냐’고 핀잔을 줬고, 초장을 더 달라고 하니 ‘더 시키지도 않을 건데 뭔 초장이냐’고 투덜거렸다”고 주장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바로 앞 일반 횟집에서 같은 크기의 오징어 두 마리를 2만 원에 서비스 회까지 얹어주는 것과 극명히 대비되며 상인들의 변명은 설득력을 잃었다.

‘신고 채널 일원화’와 ’30분 내 현장 조치’

콜센터
콜센터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매년 반복되는 논란에 지자체장들이 사과하고 상인회가 자정 결의대회를 여는 것은 익숙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어디에, 어떻게 불편을 신고해야 할지 막막했고, 신고가 접수되어도 여러 단계를 거치며 현장 조치가 지연되기 일쑤였다.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원도가 전국 최초로 칼을 빼 들었다. 2025년 8월 11일부터, 기존에 각종 도정 민원을 처리하던 도청 콜센터(국번 없이 120)를 강원도 관광불편 신고센터로 확대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분산되어 있던 신고 채널을 ‘120’으로 일원화하고, 신고 접수 즉시 담당 부서와 시군, 관할 읍면동 사무소로 내용이 전달되어 30분 내 현장 담당 직원 대응’을 목표로 하는 신속 대응 체계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도내 관광지 불편 사례가 생겨 안타깝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전국 최초로 도청 콜센터를 관광불편 신고 전화로 운영해 청정 강원도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여기에 더해 강원도는 지난 6월부터 동해안 6개 시군 해수욕장과 주요 축제장에서 바가지요금 신고 시스템을 시범 운영 중이다. 관광객이 현장에 비치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곧바로 가격, 서비스 등에 대한 불편 사항을 사진과 함께 실시간으로 신고할 수 있는 제도다.

정부도 칼 빼 들었다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강원도의 선제적 조치와 더불어 중앙 정부도 총력 대응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각 지자체와 함께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를 특별대책기간으로 정하고, 피서지의 외식·숙박 요금과 가격 미게시, 담합 행위 등을 민관 합동으로 집중 점검하고 있다.

특히 기존에 휴가철에만 한시적으로 운영되던 바가지요금 신고센터는 올해 11월 말까지 연장 운영하며 상시 감시 체계를 강화했다.

한순기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바가지요금이 발붙이지 못하게 철저히 대응하고, 생활물가도 현장에서 꼼꼼히 살피며 신속한 조치를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한철 장사인데 좀 봐달라”는 일부 상인들의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유튜버의 고발이 개인의 불만 표출을 넘어 사회적 자정 작용의 기폭제가 되었고, 이제는 강원도의 ‘120 신고센터’와 QR코드라는 제도적 장치가 그 뒤를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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