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64만 원이요?”… 주요 행사 앞두고 숙박비 15배 폭등한 바가지요금 여행지

경주 바가지요금 논란
APEC 개최 앞두고 평소의 15배 숙박요금

경주 불국사
경주 불국사 / 사진=경주문화관광

신라의 숨결이 깃든 도시, 걷는 곳마다 역사가 되는 ‘지붕 없는 박물관’ 경주. 오는 10월 말, 이곳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라는 거대한 축제가 펼쳐질 예정이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 기회를 발판 삼아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도약하려던 경주의 꿈은 그러나,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혔다. 일부 숙박업소들이 행사 기간을 노려 터무니없는 요금을 책정하면서, 도시 전체의 이미지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바가지요금 논란을 넘어, 천년고도가 쌓아 올린 ‘신뢰’라는 가장 중요한 자산을 단기 이익과 맞바꾸려는 위험한 도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경주 바가지요금 논란

“4만 3천 원짜리 방이 64만 원으로”

APEC 2025 포스터
APEC 2025 포스터 / 사진=경주시청

논란의 중심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숙박요금 인상이 있다.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10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상북도 경주시 시내 숙박업소들의 가격은 그야말로 수직 상승했다.

유명 숙박 예약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인한 실태는 충격적이다. 평일 기준 4만 3천 원에 이용 가능했던 한 업소는 이 기간 동안 무려 64만 원의 요금을 내걸었다. 하룻밤 사이에 가격이 약 1,388%, 무려 15배 가까이 폭등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평소 5만 원을 받던 또 다른 업소는 34만 원으로, 4만 2천 원이던 곳은 30만 원으로 요금을 변경했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대다수 업소가 적게는 7배에서 많게는 15배에 달하는 가격을 책정했다.

이미 상당수 숙소는 예약이 마감되어, 이 기간 경주를 방문해야 하는 외지인이나 관광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요금을 감당하거나,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으로 밀려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는 단순한 ‘특수’를 넘어 시장 경제의 자정 능력이 완전히 마비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적 도시’ 도약의 기회, 발목 잡는 내부의 적

동궁과 월지
동궁과 월지 / 사진=ⓒ한국관광공사 조광연

이번 사태가 더욱 뼈아픈 이유는 경주가 APEC 정상회의 유치에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해 왔는지를 알기 때문이다. 경주는 신라의 수도로서 찬란한 역사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품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역사문화도시다.

하지만 동시에 ‘오래된 관광지’라는 이미지를 넘어, 현대적인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품고 있었다. APEC 정상회의는 바로 그 꿈을 실현할 절호의 기회다.

21개국 정상과 수많은 관계자들이 방문하는 이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낸다면, 경주는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국제적인 회의와 비즈니스가 가능한 도시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얻게 된다.

도시 전체가 한마음으로 손님맞이를 준비해도 모자랄 판에, 일부의 탐욕이 도시 전체의 평판을 깎아내리고 미래의 잠재 고객마저 등 돌리게 만드는 ‘내부의 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뒤늦은 시의 호소, “협조와 환대가 성공의 밑거름”

숙박업소 협조 서한문
숙박업소 협조 서한문 / 사진=경주시청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바가지요금 논란에 경주시도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경주시는 지난 9월 16일, 주낙영 시장 명의로 지역 내 숙박업소 대표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문을 발송했다.

주 시장은 서한문을 통해 세 가지를 간곡히 당부했다. 첫째, 쾌적하고 안전한 숙박 환경 제공. 둘째, 일부 업소의 과도한 요금 책정으로 지역 전체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합리적이고 투명한 요금 정책 유지. 셋째, 방문객이 다시 찾고 싶은 도시가 되도록 친절하고 세심한 서비스 제공이다.

주 시장은 “이번 APEC 정상회의가 경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기 위해서는 숙박업계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숙박업소 관계자들의 협조와 시민의 환대가 성공적인 회의 개최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월정교 야경
월정교 야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황성훈

경주는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눈앞의 수익에 눈이 멀어 수십 년간 쌓아온 ‘신뢰’와 ‘품격’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내다 버릴 것인가, 아니면 성숙한 시민의식과 상생의 정신을 발휘하여 도시의 미래 가치를 선택할 것인가.

APEC 정상회의는 경주에 축복이 될 수도, 혹은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기는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천년고도 경주의 미래가 달려있다.

전체 댓글 3

  1. 우리나라 유고의 역사가 살아숨쉬는 세계최고의 명승고적들이 숨쉬는 경주가 …왜 이렇게 나락의 절벽인 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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