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짜고 내가 떠나는 미션 여행

정해진 길을 따르는 여행에 지쳤다면, 내가 직접 여행의 감독이 되는 상상을 해본 적 있는가? 심지어 그 창의적인 여정에 소정의 지원금까지 주어진다면 어떨까. 공상처럼 들리던 이 이야기가 현실이 된 도시가 있다.
여행의 주도권을 온전히 여행자에게 돌려주고, 그 경험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 주는 전례 없는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이 도시는 틀에 박힌 관광 홍보 대신, 여행자들이 직접 도시의 숨은 매력을 발굴하고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가도록 판을 깔아주는 방식을 택했다.
인천9경 DIY 체험단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인천광역시와 인천관광공사가 손을 잡고 내놓은 ‘인천9경 DIY(Do Incheon Yourself) 체험단’이다.
이는 지난 6월부터 이어진 ‘인천9경 대국민 캠페인’의 핵심 프로젝트로, 참가자가 직접 여행 코스를 설계하고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면 2만원의 체험비를 지원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명소를 나열하고 방문을 유도하는 것을 넘어, 여행자 스스로가 콘텐츠 창작자가 되게 하는 새로운 접근이다.
나만의 코스 설계법

이번 프로그램의 핵심은 ‘의무’와 ‘자유’의 절묘한 결합에 있다. 체험단은 각 코스별로 지정된 ‘핵심 임무’를 반드시 수행해야 하지만, 나머지 일정은 추천 활동과 자신이 원하는 활동으로 자유롭게 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월미도 코스를 선택한 여행자는 ‘월미바다열차 탑승 인증’이라는 핵심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그 후에는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를 타거나, 역사적인 전시관을 둘러보거나, 혹은 바다가 보이는 공원에서 여유를 즐기는 등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자신의 선택으로 채워진다.
이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각 명소의 정체성을 경험하게 하면서도,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다채로운 여행 경험을 이끌어내기 위한 장치다. 이러한 방식은 1883년 개항장의 역사를 탐방하거나, 송도센트럴파크의 미래적 풍경을 산책하는 등 다른 8개의 코스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1,000명의 여행 설계자를 찾아서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총 1,000명의 여행 설계자를 발굴할 계획이다. 모집은 세 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1차 모집은 7월 23일부터 8월 12일까지 500명을 선발하며, 이후 2차(8월 20일~9월 9일)와 3차(9월 17일~10월 2일)에 걸쳐 각각 250명을 추가로 모집한다.
설령 체험단에 선정되지 못하더라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7월 28일부터 9월 21일까지는 누구나 참여 가능한 ‘인천9경 스탬프 투어 이벤트’가 함께 진행된다. 각 코스에 설치된 QR코드를 인증하는 방식으로, 참여 횟수가 많을수록 경품 당첨 확률이 높아져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모든 체험단 신청과 이벤트 참여는 인천9경 공식 마이크로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궁금한 점은 운영기관(02-3775-1212)으로 문의하면 상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시민이 완성하는 도시의 매력, 새로운 관광 모델을 제시하다

이번 ‘인천9경 DIY 체험단’은 단순히 비용을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시민과 관광객이 직접 도시의 콘텐츠를 창조하는 주체로 나선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과거와 미래, 도심과 자연이 공존하는 인천의 다채로운 모습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하고 공유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완성된 여행 상품이 되는 것이다.
윤희청 인천시 관광마이스과장은 “이번 DIY 체험단을 통해 시민들이 인천의 대표 관광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기며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전하며, “앞으로도 누구나 쉽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인천이 가진 숨은 매력을 가장 잘 아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통해 완성되는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다. 도심 속 어시장인 소래포구의 활기부터 강화읍 원도심의 고즈넉한 역사까지, 1,000명의 여행자가 그려낼 1,000가지의 인천 이야기가 도시의 새로운 관광 지도를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