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1억 명이 움직인다는데”… 이번 여름, ‘해외’가 압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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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공항에 몰리는 역대급 인파

인천공항 면세점
인천공항 면세구역 / 사진=인천국제공항

길었던 장마가 끝나자마자 대한민국이 거대한 여행길에 올랐다.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이어지는 여름 휴가철 피크 기간, 한국교통연구원은 총 1억 392만 명이라는 엄청난 인구가 이동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해외로 향하는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은 하루 평균 22만 명이 넘는 인파로 북적일 전망이다.

하지만 이 거대한 흐름 속에는 미묘한 균열이 존재한다. 여행지를 고르는 단계에서는 국내와 해외가 오차범위 내의 팽팽한 선호도를 보이지만, 막상 여행을 마친 뒤의 ‘만족감’에서는 해외여행이 뚜렷한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많은 인파가 다시 길 위에 오르는 2025년 여름, 무엇이 한국인들의 여행 만족도를 가르고 있는 것일까.

특별교통대책 가동

인천공항 면세구역
인천공항 면세구역 / 사진=인천국제공항

정부는 폭증하는 이동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25일부터 8월 10일까지 17일간을 ‘여름 휴가철 특별교통대책기간’으로 지정하고 관계기관 합동 대책을 시행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 기간 일 평균 이동 인원은 611만 명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은 승용차(84.1%)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고속도로 역시 전년보다 2.8% 늘어난 하루 평균 545만 대의 차량이 통행할 전망이다.

항공편 수요도 정점에 달했다. 인천공항은 대책 기간 총 387만 명, 하루 평균 22만 8천 명의 이용객을 예측하고 혼잡 관리에 총력을 기울인다.

인천공항 야경
인천공항 야경 / 사진=인천국제공항

일부 출국장은 운영 시간을 30분에서 1시간 앞당기고, 2터미널에는 신규 엑스레이 장비를 추가해 시간당 보안검색 처리 용량을 6000명까지 늘린다.

엄정희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여름 휴가철에는 교통량이 늘고 집중호우 등으로 사고 위험이 증가하므로, 안전한 휴가길을 위해 교통질서를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엇갈린 성적표

인천공항 계류장
인천공항계류장 / 사진=인천국제공항

그렇다면 이 많은 인파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는 흥미로운 지점을 드러낸다.

여행지 선호도는 국내여행 39.0%, 해외여행 38.4%로 오차범위 내에서 거의 차이가 없었다. 선호도만 보면 국내와 해외가 팽팽한 균형을 이루는 셈이다.

하지만 여행 후 느끼는 ‘만족도’에서는 결과가 뒤집혔다. 10점 만점 기준 해외여행 만족도는 8.7점으로 국내여행(8.3점)을 앞질렀다.

만족했다는 응답 비율 역시 해외여행이 91.8%로, 국내여행(86.0%)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연령대가 낮을수록 뚜렷해, 20대 이하에서는 해외여행 선호도가 48.3%에 달한 반면, 50대 이상에서는 국내여행 선호도가 42%를 넘어 세대 간 인식차를 보였다.

국내여행의 현실

인천공항 T2 출국장
인천공항 T2 출국장 / 사진=인천국제공항

만족도의 차이는 여행지를 선택하는 이유에서부터 비롯된다. 국내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은 ‘시간·비용 부담이 적다'(32.8%)와 ‘준비나 이동이 간편하다'(30.1%)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반면 해외여행 선호자들은 ‘새롭고 이색적인 경험'(39.1%)과 ‘다양한 볼거리'(28.1%)에 대한 기대가 컸다. 심지어 ‘국내보다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다'(14.8%)는 응답도 상당했다.

이러한 인식은 국내여행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이유에서 더욱 명확해진다. 응답자들은 ‘높은 관광지 물가'(45.1%)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뒤이어 ‘특색 있는 지역 관광 콘텐츠 부족'(19.4%), ‘관광객이 서울·제주·부산 등 일부 지역에만 집중되는 현상'(9.0%) 등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인천공항 활주로
인천공항 활주로 / 사진=인천국제공항

결국 많은 여행객이 비용과 편의성 때문에 국내를 선택하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비싼 물가와 차별성 없는 콘텐츠에 실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여름, 대한민국은 역대급 이동 인원과 함께 여행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분출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국내외 여행 간의 ‘만족도 격차’라는 뚜렷한 과제가 자리 잡고 있다.

선호도는 비슷하지만 실제 경험에서 오는 만족감의 차이는 결국 국내 관광 산업이 풀어야 할 숙제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관광지 물가 안정화와 더불어, 각 지역의 고유한 매력을 담은 특색 있는 콘텐츠 개발이 없다면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다는 냉정한 데이터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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