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생중계까지 나왔다는데”… 일본 지진 괴담에도 한국인 18%가 더 몰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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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도 엔저현상으로 일본 여행 증가

대만 실시간 뉴스
내가 본 미래 / 사진=X(트위터)

2025년 7월 5일 새벽 4시 18분. 대만의 한 뉴스 채널은 약 2만 명의 시청자와 함께 도쿄 도심의 라이브 영상을 보며 카운트다운을 진행했다.

거대한 쓰나미가 일본을 덮칠 것이라는 예언의 시간, 모두가 숨을 죽였지만 일본의 새벽은 그저 평온했다. 온라인을 지배했던 거대한 공포가 한낱 괴담으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더 놀라운 사실은 그 공포 속에서도 일본을 향한 한국인의 발길은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가 본 미래 완전판
내가 본 미래 / 사진=X(트위터)

이번 소동의 진원지는 일본의 만화가 타츠키 료가 1999년에 출간한 ‘내가 본 미래(私が見た未来)’ 완전판이다.

작가가 꾼 예지몽을 기록했다는 이 만화에는 ‘2025년 7월, 거대한 재난이 발생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것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예견했다는 주장과 겹치며 파급력을 얻었다.

여기에 최근 일본 서남부 도카라 열도에서 잦은 지진이 발생하자, 실제 존재하는 재난 위협인 ‘난카이 해곡 대지진’의 전조가 아니냐는 대중의 불안감이 더해지며 괴담은 국경을 넘어 확산했다.

일본 여행 증가
일본 여행 증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괴담의 확산으로 7월 일본 여행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에 따르면, 예언일이 포함된 7월 1일부터 10일까지 한국에서 일본으로 떠난 여행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0%나 급증했다. 괴담이 퍼지기 시작한 6월부터의 전체 수요 역시 18% 증가했다.

이는 막연한 공포보다 항공권 가격, 숙소 예약 등 현실적인 여행 비용과 기회비용이 여행객들의 의사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 특히 기록적인 엔저 현상이 주는 경제적 이점이 괴담의 공포를 압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도쿄 시부야거리
도쿄 시부야거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실제 여행을 앞둔 이들의 반응은 온라인의 소란과는 거리가 멀었다.

7월 초 일본 여행을 예정대로 진행한 한 20대 대학생은 “대지진 괴담을 보긴 했지만 너무 과장된 얘기 같았다”며 “이미 항공권과 숙소 예약도 해놓았고 같이 가기로 한 친구들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서 여행을 취소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내 여행업계 관계자 역시 “일시적인 예약 둔화는 있을 것이라 예측했지만 결과를 보니 수수료를 감수하고 여행을 취소하는 경우는 드물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괴담의 영향력은 예상보다 훨씬 미미했다”고 평가했다.

내가 본 미래 책
내가 본 미래 / 사진=X(트위터)

결국 ‘2025년 7월 5일 대재앙설’은 대만 방송사의 요란한 생중계가 무색하게 아무 일 없이 종료되었다.

이번 해프닝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온라인에서 막강한 파급력을 갖는 시대에도, 결국 구체적인 데이터와 경제적 현실이 대중의 최종 행동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 사례가 되었다.

여행업계의 분석처럼 7월 5일을 기점으로 괴담의 효력은 사실상 소멸했다. 일본 현지의 평온한 일상과 오히려 늘어난 여행객 숫자는 막연한 공포에 대한 가장 확실한 반증이다. 공포는 짧았지만, 일본 여행에 대한 현실적인 매력은 여전히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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