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 만화에서 시작된 괴담이 만들어낸 동북아 여행 풍경의 변화

“2025년 7월 5일, 일본에 거대한 재앙이 온다.”
이 한 문장이 일본은 물론, 한국과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전역의 여행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계기는 다름 아닌 한 권의 만화책. 일본 만화가 타츠키 료가 그린 ‘내가 본 미래’라는 예언 만화가 그 중심에 있다.
과거 동일본대지진과 코로나19 팬데믹을 ‘예지몽’으로 맞췄다는 이력은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고, 2025년 여름 일본에서 대규모 재난이 발생한다는 내용은 괴담처럼 퍼져나가며 실질적인 소비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예언 만화’ 한 권이 만든 여행 취소 행렬

괴담은 예고된 7월 5일이 가까워지면서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일본 여행을 앞두고 있던 수많은 여행자들이 예약을 취소하거나 아예 다른 지역으로 목적지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은 이 여파가 가장 두드러진 지역 중 하나다. 풍수지리에 민감한 문화적 특성과 맞물리며 일본행 항공편 예약률이 전년 대비 50%나 감소했고, 특히 6월 말~7월 초 예약 건수는 무려 83% 급감했다는 집계도 나왔다.

실제로 홍콩의 저비용항공사인 그레이터베이항공은 센다이, 도쿠시마 노선의 운항 횟수를 각각 주 4편에서 3편, 주 3편에서 2편으로 줄였다.
항공사 측은 “예상 탑승률이 80%였지만 실제 예약률은 40% 수준”이라며, 고객 설문 결과 ‘7월 대재앙설’을 믿는 비율이 예상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SNS가 키운 불안, 그리고 괴담의 확산

예언은 타츠키 료가 1999년 처음 발표한 만화 『내가 본 미래』에 등장한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는 어릴 적부터 꿈 일기를 써온 인물로, 동일본 대지진을 겪기 10여 년 전부터 “2011년 3월 대재해가 온다”는 꿈을 꾸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실제 재해가 발생하며 화제가 되었고, 그의 만화는 중고 시장에서 수십만 엔에 거래되는 희귀본이 됐다.

2021년 ‘완전판’으로 재출간되면서 타츠키는 새로운 꿈에 대해 언급했다. “진짜 대재난은 2025년 7월에 온다”며, “필리핀해 한가운데 해저가 분화하고, 엄청난 파도가 일본은 물론 대만, 홍콩, 필리핀까지 삼킨다”는 내용을 만화 속에 담았다.
이 설정은 일본 내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과 ‘후지산 분화설’에 대한 우려와 맞물려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SNS를 타고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관광·항공·소비까지 흔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여행 분석 기업 포워드키스(ForwardKeys)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괴담이 실제 여행 산업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4월 이후 한국, 대만, 홍콩의 일본행 항공편 예약 건수가 급감했으며, 일본 벚꽃 시즌에도 예년보다 여행 수요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특히 홍콩은 일본 관광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인 예약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레이터베이항공은 이 상황에 대해 “홍콩 사람들은 풍수와 예지에 대한 신뢰가 높은 편”이라며, “이런 괴담이 실제 여행 수요를 좌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일본 현지에서도 각 항공사와 여행업계가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 정부와 전문가들의 대응

괴담이 사회적 이슈로 번지자 일본 정부와 전문가들은 연이어 진화에 나섰다. 일본 내각부는 공식 엑스(X, 전 트위터) 계정을 통해 “지진이나 재난은 현재 과학적으로 날짜와 장소를 특정해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슈대 지역방재센터의 기쿠치 사토루 센터장도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불확실한 예언에 휘둘리기보다는 평소처럼 일상을 유지하면서 재해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츠키 료 본인도 최근 인터뷰에서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방재 의식이 높아졌다는 증거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만화는 예언서가 아니라 방재의식을 환기시키는 수단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판사 아스카신샤 측 역시 “작가의 예지몽을 기반으로 제작된 콘텐츠이며, 독자 스스로의 판단과 전문가의 조언을 참고해 냉정하게 접근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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