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노선 중단?”… 수백만 원 날린 여행객들 패닉 하게 만든 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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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인천~괌 노선 13년 만에 운행중단
부산~다낭 노선도 10월부터 중단

비행기 결항
비행기 결항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황금연휴에 맞춰 꿈에 그리던 괌 여행을 계획했던 직장인 A씨. 불과 두 달 전 제주항공의 ‘찜(JJIM) 특가’ 프로모션으로 항공권을 저렴하게 구매했을 때만 해도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그러나 지난주 그에게 날아온 것은 ‘결항’ 통보 문자 한 통. 이미 결제한 수백만 원의 환불 불가 호텔과 렌터카 예약금은 고스란히 그의 몫으로 남겨졌다.

항공사의 달콤한 유혹이 쓰디쓴 배신으로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단순한 결항 사고를 넘어, 특가 상품의 이면에 숨겨진 구조적 문제를 파헤쳐 본다.

제주항공 인천~괌 노선 운행중단

제주항공
제주항공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사태의 진앙은 제주항공 주식회사(본사 소재지 정보 생략)가 내린 갑작스러운 운항 중단 결정이다. 제주항공은 정확히 2025년 10월부터 2026년 3월 28일까지 인천-괌, 부산-다낭 두 개 국제 노선의 운항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결정이 지난 6월,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며 대대적으로 판매했던 ‘찜(JJIM) 특가’ 항공권 구매 고객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었다는 점이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십 차례 전화를 걸어도 연결되지 않는 고객센터와 동일한 답변만 반복하는 챗봇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하다. 어렵게 연결된 상담원은 “대체 노선 변경은 불가능하며, 직접 취소 후 환불받아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제주항공이 초기에 내놓은 ‘전액 환불’ 조치는 이미 여행 전체를 계획하고 현지 비용까지 지불한 고객들에게는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했다.

13년 만의 괌 노선 중단, 예고된 수익성 악화의 결과

대한항공
대한항공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표면적인 이유는 사업계획 변경이지만, 그 이면에는 항공업계의 치열한 구조적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인천-괌 노선은 과거 가족 단위 여행객과 신혼부부에게 절대적인 인기를 누렸던 황금 노선이었다. 제주항공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 이 노선을 중단하는 것은 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그 상징성이 크다.

수요는 점차 줄어드는데 공급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결정타가 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독과점을 막기 위해 일부 노선의 공급을 기존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여파로 대한항공은 인천-괌 노선 운항을 주 14회에서 21회로, 자회사인 진에어는 주 7회에서 14회로 대폭 늘렸다.

결국 공급 과잉에 따른 출혈 경쟁을 견디지 못한 제주항공이 백기를 든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CC들이 공급 과잉 노선에서 수익성 악화를 겪으면서 비수기 운항 조정을 하는 것은 일반적”이라면서도 “대규모 특가 판매 직후의 일방적 취소는 소비자 신뢰도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뒤늦은 수습책, 그러나 신뢰는 이미 ‘추락’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거센 비판에 직면하자 제주항공은 뒤늦게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단순 환불을 넘어 타 저비용항공사(LCC)의 대체편을 마련하고, 여정이나 노선 변경을 지원하며 타 항공사 이용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까지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여행 계획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금전적 손실을 본 고객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소비자는 “대체편 제공도 안 된다고 해 결국 여행을 취소했다. 다시는 제주항공을 이용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 사태는 단기 수익 극대화를 위해 특가 항공권을 대량으로 판매한 항공사가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소비자들은 이제 항공권의 가격표 너머에 있는 항공사의 운영 안정성과 시장 경쟁 구도까지 살펴봐야 하는 시대에 살게 됐다. 제주항공의 이번 결정이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고 장기적인 고객 관계를 재정립하는 고통스러운 성찰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항공업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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