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無 여행지’를 향한 변화를 시작하다

한때 대한민국 최고의 휴양지로 꼽혔던 제주가 ‘고비용 섬’이라는 오명에 갇혔다. 천혜의 자연경관에도 불구하고, 성수기마다 반복되는 바가지요금 논란은 여행객들의 발길을 돌리는 주된 요인이었다.
이에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고물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다양한 관광 진흥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강력한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2025년 여름, 제주는 과연 여행객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수술대에 오른 곳은 제주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해수욕장이다. 그간 도내 12개 지정 해수욕장은 마을회나 청년회가 자율적으로 시설 이용료를 책정해왔다. 이는 해변마다 가격이 다르고 이용 규정이 통일되지 않아 민원의 주된 원인이었다. 제주도는 수차례의 논의 끝에 마을회 관계자들과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올여름부터 모든 지정 제주 해수욕장의 파라솔 이용료는 2만 원, 평상은 3만 원으로 기존의 절반 수준에서 통일된다. 주말 할증 또한 폐지하여 피서객의 부담을 대폭 낮췄다. 이는 단순히 가격을 인하한 것을 넘어, 공정하고 투명한 가격 정책을 향한 제주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치다.

해변에서 시작된 변화의 바람은 축제장과 음식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봄 벚꽃 축제에서 불거진 음식값 논란을 계기로, 이제 모든 축제장의 음식 가격은 판매자와 주최 측이 사전에 협의하여 결정한다.
또한, 방문객이 음식의 양과 형태를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견본 이미지나 모형 비치를 의무화하여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만을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대규모 축제 현장에는 ‘관광불편신고센터’를 설치해 문제 발생 시 즉각 대응 체계를 갖췄다. 렌터카 요금 또한 투명성을 높인다. 성수기와 비수기 요금 차이가 최대 10배까지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체가 요금 신고 시 원가 산출 근거를 세부적으로 명시하도록 하는 규칙 개정이 오는 9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제주도는 가격 투명성 확보와 더불어, 관광객과 도민의 지갑 부담을 직접적으로 덜어주는 다양한 소비 촉진 정책을 병행한다. 대표적인 것이 지역화폐 ‘탐나는전’이다.

연 매출 10억 원 이상 대형 점포를 제외한 가맹점에서 사용 시, 결제액의 15%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로 돌려준다. 여행 전 탐나는전 카드 발급을 미리 신청하거나 제주 도착 후 농·축협 및 제주은행에서 현장 발급받을 수 있으며, 오는 9월부터는 실물 카드 없는 모바일 결제도 가능해진다.
이외에도 20명 이상 단체관광객에게 1인당 3만 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하고, 전기차 렌터카 이용객에게 2만 원 상당의 상품권 또는 면세점 이용권을 제공하는 등 혜택을 다각화했다. 또한, 연말까지 도내 제주 착한가격업소 254곳에서 네이버페이로 1만 원 이상 결제 시 2,000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행사도 진행 중이다.

이 모든 노력은 ‘안전한 여행’이라는 대전제 위에서 이뤄진다. 제주자치경찰단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웰컴투 삼달리’ 촬영지로 유명해진 오조포구 등 주요 관광지 18곳의 안전 시설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더불어 3인 이상 가족 단위 관광객이 신청할 경우, 예약한 숙소를 사전에 방문해 안전 점검을 해주는 서비스도 시행하며 여행객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있다.
김희찬 제주도 관광교류국장은 “관광객 만족이 제주 관광의 경쟁력이 된다는 생각으로 가성비, 친절, 안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번의 불쾌한 경험이 섬 전체의 이미지를 좌우할 수 있음을 인지한 제주의 ‘삼무(三無: 바가지요금 無, 불친절 無, 인명사고 無)’를 향한 도전은, 단순히 올여름 흥행을 넘어 제주 관광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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