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렌터카 할인 상한제 추진

비수기에는 90%에 가까운 파격적인 할인을 내세우다가도, 여름 휴가철만 되면 하루 대여료가 20만 원까지 치솟는다.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 제주도를 찾는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렌터카 ‘고무줄 요금’ 문제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가격 변동은 오랜 기간 제주 관광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되어 왔다.
결국 제주특별자치도가 칼을 빼 들었다. 제주도와 제주도렌터카조합은 여름철 성수기마다 반복되는 요금 논란을 근절하기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선다고 22일 밝혔다.

그 핵심은 과거 독점규제법 위반 소지로 무산됐던 ‘할인율 상한선제’를 새로운 논리로 재추진하고, 요금 신고 기준을 강화해 가격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성수기 요금을 억제하는 것을 넘어, 연중 예측 가능한 요금 체계를 만들겠다는 제도의 근본적인 수술에 가깝다.
‘할인율 상한제’ 재도입

이번 대책의 핵심은 ‘할인율 상한선제’의 부활이다. 이는 렌터카 업체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할인율의 최고 한도를 정해두는 제도다.
예를 들어 상한선이 50%로 설정되면, 업체들은 기준 요금에서 50%를 초과하여 할인할 수 없게 된다. 제도의 일차적인 목표는 성수기 요금의 급등을 막는 것이다. 20만 원에 달하던 성수기 경차 요금은 10만 원 수준으로 안정될 수 있다.
하지만 제도의 진짜 목표는 ‘연중 요금 안정화’에 있다. 상한선 도입은 필연적으로 비수기의 과도한 할인 경쟁을 막는 효과를 가져온다.
90%에 달했던 할인율이 50%로 제한되면 비수기 요금은 지금보다 소폭 상승하게 된다. 제주도는 이를 통해 비수기에는 과도하게 저렴하고 성수기에는 터무니없이 비싸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소비자가 언제든 신뢰하고 예측할 수 있는 안정적인 가격대를 형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도서정가제’ 논리

물론 가장 큰 관문은 남아있다. 과거에도 할인율 상한선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도입이 지지부진했다. 사업자들이 가격을 담합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우려 때문이었다.
이번에 제주도는 새로운 논리를 가지고 공정위를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핵심 근거는 바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즉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는 법률이다.
이 법이 출판 산업 생태계 보호를 위해 할인율을 제한하는 것처럼, 대한민국 제1의 관광지인 제주도의 특수성을 감안해 관광 생태계를 보호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예외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섬이라는 고립된 환경과 렌터카가 필수적인 관광 패턴을 고려해 달라는 것이다.
불법 영업 단속 병행

제주도는 할인율 상한선제와 더불어 요금 산정 방식 자체의 투명성을 높이는 작업도 병행한다. 앞으로 렌터카 업체가 요금을 신고할 때는 회계 자료 등 객관적인 원가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여, 기준 요금이 합리적으로 산출되었는지 검증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아 오는 9월까지 ‘제주특별자치도 자동차 대여요금 원가 산출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는 것이 목표다.
이 밖에도 ▲타 시·도 등록차량의 불법 영업행위 지도·점검 ▲불법 유상운송 행위 단속 ▲차량 점검 및 약관 이행 실태 특별점검 ▲렌터카 업체 직원 친절 교육 등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도 함께 추진한다.

김영길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소비자 불만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렌터카업계와 함께 투명한 요금 환경을 만들겠다”면서 “자율과 협력을 바탕으로 도민과 관광객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렌터카 이용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의 이번 대책은 고질적인 렌터카 요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도다. 단기적인 요금 통제를 넘어, 연중 안정적인 시장을 만들어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 상생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담고 있다.
이 야심 찬 계획의 성공 여부는 결국 ‘도서정가제’라는 새로운 논리로 공정거래위원회를 설득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제주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이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의 위상을 바로 세우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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