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할인 받고 떠나는 기차 여행

대한민국 지도 위에서 점차 희미해져 가던 이름들이 있다. 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활기를 잃어가던 지방 소도시들이다. 그러나 지금, 기찻길이 이들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혈맥’이 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선보인 ‘지역사랑 철도여행’이 출시 약 1년 만에 누적 이용객 15만 명이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우며, 지역 상생의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첫선을 보인 코레일의 ‘지역사랑 철도여행’은 단순한 할인 상품이 아니다. 이는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의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열차 운임을 50% 할인하고 지역 명소 체험을 결합한 전략적 상품이다.
출시 이후 월평균 1만 명 이상이 꾸준히 이용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10만 명에 육박하는 여행객의 발길을 이끌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증명했다. 특히 가정의 달이었던 지난 5월에는 월간 최다인 2만 8천여 명이 이용하며,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번 코레일의 발표에서 가장 주목받은 곳은 단연 전라북도 남원이다. 총 2만 4백여 명의 여행객이 방문하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춘향전의 고장으로 알려진 남원은 광한루원, 지리산 자락의 자연 등 전통과 자연이 어우러진 매력으로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남원의 성공은 잘 알려진 스토리와 아름다운 풍광이 기차 여행의 편리함과 결합될 때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남원의 뒤를 이어 충북 영동(1만 5천여 명)과 경남 밀양(1만 4천여 명)이 각각 2, 3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이들 지역 역시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다소 낮았으나, 열차를 통해 저렴하고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게 되면서 숨겨진 매력이 재발견되고 있다.
이는 전북 가볼만한 곳 뿐만 아니라, 충청과 영남 내륙 지역의 새로운 여행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코레일은 ‘지역사랑 철도여행’을 통해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맞춤형 상품들도 선보였다. 동양 최대 규모의 환선굴과 추암 촛대바위를 둘러보는 ‘삼척시 슬기로운 강원여행’, 부석사와 영주댐의 고즈넉한 풍경을 즐기는 ‘힐링 영주댐 여행’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달부터는 김제, 익산, 문경, 영주, 안동 등 5개 지역에서 ‘농촌투어패스’와 연계한 상품을 운영한다. 이 패스는 열차 운임 50% 할인 혜택과 더불어, 1만 7900원으로 24시간 동안 지정된 농촌 체험, 식사, 관광지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합리적인 가족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주에서는 덕유산 곤돌라를 타고 향적봉에 올라 구천동 계곡의 시원함을 만끽하는 코스도 마련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지역사랑 철도여행’의 성공은 단순한 여행 상품의 인기를 넘어선다. 이는 교통 인프라를 활용해 중앙과 지방, 사람과 지역을 잇는 지속 가능한 관광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여행객에게는 저렴하고 특별한 경험을, 인구감소지역에는 실질적인 경제 활력과 희망을 선사하는 ‘윈윈(win-win)’ 전략인 셈이다.
이민성 코레일 고객마케팅단장은 “지역사랑 철도여행 상품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사람과 지역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유난히 더운 이번 여름, 기차를 타고 시원한 계곡과 힐링의 농촌으로 휴가를 떠나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기찻길 위에 그려지고 있는 15만 명의 발자취는, 대한민국 균형 발전을 향한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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