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기다리다 겨울 오겠어요”… 예년보다 늦어진 2025 가을 풍경, 절정 시기는?

입력

2025 단풍 지도
10월 말~11월 초, 단풍 절정

2025 단풍 지도
2025 단풍 지도 / 사진=산림청

2025년 가을, 단풍 구경을 계획하고 있다면 작년 달력을 참고하는 것은 잠시 멈추는 것이 좋겠다. 우리나라 산림의 단풍 시계가 예년보다 눈에 띄게 느리게 가고 있다는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단풍의 ‘지각’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선명한 지표가 되고 있다.

산림청은 국립수목원, 국립산림과학원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2025년 산림단풍 예측지도’를 10월 1일 공식 발표했다. 분석 결과, 올해 주요 산림의 단풍은 10월 하순부터 11월 초 사이에 절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됐다.

남산 단풍
남산 단풍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장 먼저 확인할 부분은 수종별 평균 절정 시기다. 가을의 전령사 은행나무는 10월 28일경, 도토리 등을 품는 참나무류는 10월 31일경, 그리고 가을 단풍의 대명사인 단풍나무류는 11월 1일에 각각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전국 명산의 단풍 산행을 계획하는 이들을 위한 상세 예측도 나왔다. 단풍나무류를 기준으로, 첫 단풍 소식은 강원도 설악산에서 10월 25일경 시작될 전망이다.

이후 단풍 전선은 남하하여 충북 속리산에서 10월 27일, 단풍의 성지라 불리는 전북 내장산에서는 11월 6일에 절정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경남 가야산은 11월 11일경 가장 화려한 모습을 뽐낼 것으로 예측돼, 비교적 늦은 가을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10년에 5일…점점 느려지는 ‘가을의 시계’

봉정암 단풍
봉정암 단풍 / 사진=ⓒ한국관광공사 유진남

이번 발표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단풍이 눈에 띄게 늦어지고 있다는 과학적 데이터다. 분석 결과, 올해 단풍 절정 시기는 최근 10년 평균과 비교해 무려 4일에서 5.2일이나 늦어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지연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뚜렷한 추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매년 단풍 절정일이 늦어지는 속도를 계산했는데, 참나무류는 연평균 0.52일, 은행나무는 0.50일, 단풍나무류는 0.43일씩 꾸준히 뒤로 밀리고 있었다.

매년 약 반나절씩 단풍 절정이 후퇴하고 있다는 이 분석은, 우리가 무심코 즐기는 가을의 낭만 속에 기후변화의 뚜렷한 서명이 새겨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장태산 자연휴양림 단풍
장태산 자연휴양림 단풍 / 사진=ⓒ한국관광공사 우제용

이러한 정밀한 예측은 결코 추측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번 지도는 국립수목원과 전국 9개 공립수목원이 오랫동안 축적해 온 ‘생물계절 장기 관측자료’와 산악기상정보를 결합한 결과물이다. 여기서 ‘생물계절 관측’이란 식물의 싹틈, 개화, 단풍 등 계절에 따른 변화를 꾸준히 기록하고 분석하는 과학 연구 활동을 말한다.

단풍이 전체 산의 50% 이상 물들었을 때를 ‘절정’으로 정의하는 명확한 기준 덕분에, 해마다 일관성 있는 데이터 비교가 가능하다.

쌍계루 단풍
쌍계루 단풍 / 사진=ⓒ한국관광공사 심태호

이번 연구를 주도한 신현탁 국립수목원 산림생물보전연구과장은 “식물계절 장기 관측은 기후변화 영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변화 양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단풍 예측지도의 정밀도를 높이고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연구와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우리가 받아보는 한 장의 단풍 지도는 단순한 여행 가이드를 넘어, 이 땅의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과학 연구의 산물인 셈이다.

올가을, 조금은 느긋하게 단풍을 기다려도 좋을 듯하다. 늦게 찾아오는 만큼 더 반가울 가을의 절정을 만끽하되, 이 ‘아름다운 지각’이 우리에게 보내는 고요하지만 분명한 경고에도 한 번쯤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