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요약
- 대한상의 주최 한일 관광협력 토론회에서 여권 없는 주민등록증 왕래와 제3국 비자 상호 인정 등 양국 경제 통합을 위한 파격적인 구상이 제안되었습니다.
- 비자 상호 인정 도입 시 국내 관광수지 적자가 최대 19% 감소하고 해외 관광객 189만 명이 추가 유입되는 경제적 효과가 예측되었습니다.
- 주민증 왕래와 한일판 유레일패스 등은 현재 민간 업계의 아이디어 단계로 실제 도입을 위해서는 향후 양국 정부 간의 법적 협의가 필요합니다.
한일 양국 사이 비행 시간은 두 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공항 출입국 절차가 발목을 잡는다. 여권을 챙겨야 하고, 심사대 앞에서 줄을 서야 한다. 특히 일본 국민의 여권 보유율은 20% 미만 수준으로, 여권 한 장이 없어 아예 해외 여행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간극을 좁힐 아이디어가 2026년 6월 25일 서울에서 한꺼번에 쏟아졌다. 한일 정상 셔틀외교 복원으로 양국 관계에 봄기운이 도는 가운데, 관광·항공·여행업계 대표와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여권 없는 왕래, 비자 상호 인정, 교통 패스 통합까지 폭넓은 구상을 내놓았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추진해 온 ‘한일경제연대’ 구상의 연장선에서 마련된 이번 토론회는 관광을 양국 경제 통합의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으로 조명했다.
주민등록증 하나로 일본 간다, 특정 노선 시범 적용 제안

2026년 6월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서울 중구 세종대로 39)에서 대한상공회의소 문화관광산업위원회가 주최한 ‘한일 관광협력 토론회’가 열렸다. 우기홍 위원장(대한항공 부회장)을 비롯해 정호석 호텔롯데 대표, 송보영 아시아나항공 대표, 이진석 한국여행업협회 회장 등 양국 업계 대표와 전문가 약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제안은 일본교통공사 카키시마 아카네 수석연구원이 내놓은 ‘주민등록증 왕래 시범사업’이었다. 한일 간 특정 노선이나 도시에 한해 여권 대신 주민등록증만으로 왕래를 허용하고 결제 시스템까지 통합하자는 내용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형종 연구위원은 주민증 상호 인정이 제도 통합 측면에서 상당히 높은 층위에 해당한다고 평가하면서도, 일본의 낮은 여권 보유율을 감안하면 방한 일본인을 늘릴 현실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일판 솅겐조약이 가져올 경제 효과

김형종 연구위원은 투입산출분석을 통해 제3국 비자 상호 인정, 이른바 ‘한일판 솅겐조약’ 도입 효과를 수치로 제시했다. 일본 비자를 가진 제3국 여행객이 별도 한국 비자 없이 한국을 방문할 수 있게 되면, 우리나라 관광수지 적자 폭이 최대 19% 줄고 경제성장률은 약 0.11%포인트 높아질 것이라는 추정이다.
일부 분석에서는 해외 관광객 약 189만3천명이 추가 유입되고 약 2만명 규모의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수치도 제시됐다.
유럽 솅겐조약이 회원국 간 국경 검문을 없애 자유 이동을 가능하게 한 것처럼, 한일 양국을 하나의 매력적인 관광권으로 묶어 제3국 여행객의 시선을 동시에 끌겠다는 전략이다. 주호영 한일의원연맹 회장과 다케다 료타 일한의원연맹 회장도 영상 축사를 통해 비자 상호 인정 제도의 입법 지원 의사를 밝히며 힘을 실었다.
자국 페이 결제 인프라와 한일판 유레일패스 제안

결제 불편 해소도 이날 핵심 의제였다. 한국관광공사 박범석 국제마케팅실장은 표준 QR 배포와 지방 가맹점 확산을 통해 방한 일본 관광객이 자국 간편결제를 한국에서 그대로 쓸 수 있도록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20~30대의 방한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의 결제 편의성과 맞춤형 할인 제공이 지방 소비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호텔롯데 정호석 대표는 교통 통합 구상을 꺼냈다. 유레일패스처럼 한국 KTX, 한일 여객선, 일본 신칸센을 하나의 패스로 원스톱 예약·이용하는 ‘한일판 유레일패스’ 도입 제안이다. 서울·부산 등 대도시에 집중된 관광 흐름을 분산하고, 양국 체류 기간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라는 기대가 담겼다.
아이디어 단계지만, 대한상의는 속도를 낼 방침

이번 토론회에서 쏟아진 제안들은 현재 업계와 재계의 아이디어 단계이며, 실제 제도화까지는 양국 정부 간 협의와 관련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성장본부장은 “한일 관광 협력은 한일경제연대 이행 과정에서 가장 허들이 낮고 단기간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라고 밝히며, 정부와의 실행 방안 논의를 이어갈 계획임을 시사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주민증 왕래·비자 상호 인정·교통·결제·MICE 패스트트랙 등 실행 방안에 대한 공감대를 공유했다.

두 나라를 하나의 관광권으로 묶으려는 구상은 단순한 편의 개선을 넘어, 양국 국민의 이동 문턱 자체를 낮추는 구조적 변화를 목표로 한다. 관광을 입구로 삼아 경제·산업 전반의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방향성이 이번 토론회를 통해 선명해졌다.
제도화까지 가는 길은 아직 멀지만, 민간이 먼저 그림을 그리고 정치권이 화답한 첫 장면이 서울 중구에서 펼쳐졌다. 한일 관계의 봄기운이 언제 정책으로 꽃을 피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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