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에 ‘이것’ 만졌다가 평생 못 탄다”… 2년간 14건 반복에 항공사가 꺼낸 최후의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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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기내 비상구 조작에 강력 대응

대한항공
대한항공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023년 5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대구 상공 700m를 비행하는 도중 승객 한 명이 비상구 문을 열어 기내가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던 사건이 아직도 많은 이들의 기억에 생생하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도 기내 비상구를 조작하거나 만지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근 2년간 대한항공 여객기에서만 14건의 비상구 조작 또는 시도 사례가 발생했고, 이 중 상당수는 “호기심에 만져봤다”거나 “화장실인 줄 알았다”는 황당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대한항공은 이런 행위에 대해 형사 고발과 손해배상 청구, 향후 탑승 거절까지 포함하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승객의 생명을 담보로 한 장난과 실수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대한항공 무관용 3단계 원칙

비행기 비상구
비행기 비상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항공이 발표한 무관용 원칙은 형사 조치, 민사 조치, 행정 조치로 구성된 3단계 대응 체계를 골자로 한다. 먼저 비상구를 조작하거나 시도한 승객은 이유를 불문하고 경찰에 인계되며, 항공사는 즉시 형사 고발에 나선다.

항공보안법 제23조는 승객이 출입문이나 탈출구, 기기 등을 승무원의 지시 없이 조작하는 행위를 명확히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제46조에 따라 벌금형 없이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민사 조치도 만만치 않다. 비상구 조작으로 인한 운항 지연이나 비상구 점검 비용, 탈출 슬라이드가 펼쳐질 경우 발생하는 수천만 원대의 복구 비용까지 모두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된다. 게다가 해당 승객은 향후 대한항공 항공편 탑승이 영구적으로 거절될 수 있어, 단 한 번의 실수나 장난이 평생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변명은 징역형으로 이어져

비행기
비행기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2월 4일 인천에서 시드니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에서는 이륙 직후 한 승객이 비상구 핸들을 조작한 뒤 “기다리는 동안 심심해서 그냥 만져봤다, 장난이었다”고 진술했다. 한 달 전인 11월 16일에는 인천에서 시안으로 가는 항공편에서 승객이 비상구를 조작한 뒤 “화장실인 줄 알았다”며 어이없는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처럼 가볍게 여겨지는 행위들이지만, 법원은 결코 가볍게 보지 않는다. 지난 8월 제주발 항공편에서 비상구 레버 덮개를 연 승객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이 선고됐다. 실제로 문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조작 시도만으로도 항공기 전체의 안전을 위협했다는 이유에서다.

집행유예가 선고되긴 했으나, 이는 초범이거나 반성의 태도를 보였을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재범이거나 피해가 실제로 발생했다면 실형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비상구 좌석, 편안함 뒤에 숨은 책임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상구 좌석은 다리를 넓게 뻗을 수 있어 많은 승객들이 선호하는 자리지만, 그만큼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승무원을 도와 다른 승객들의 탈출을 도와야 하는 법적·도의적 의무가 있으며, 평소에도 비상구 주변의 레버나 핸들, 덮개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엄격한 규정이 적용된다.

만약 주변 승객이 비상구에 손을 대려는 모습을 목격한다면, 즉시 승무원에게 알리거나 직접 제지해야 한다. 2023년 아시아나 사고 당시 빨간 바지를 입은 한 승객이 비상구를 열려던 이를 몸으로 막아 더 큰 참사를 막았던 사례는, 승객 개개인의 경각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대한항공 체크인 카운터
대한항공 체크인 카운터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항공의 이번 무관용 원칙은 항공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한 명확한 경고인 셈이다. 2년간 14건이나 반복된 비상구 조작 시도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실수의 차원을 넘어, 수백 명의 승객이 탑승한 항공기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중대한 범죄 행위로 간주된다.

특히 항공보안법상 벌금형 선택권이 아예 없고 오직 징역형만 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입법자들조차 이 행위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는지 알 수 있다.

‘장난’이나 ‘실수’라는 변명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비상구 레버를 살짝 만지는 순간, 형사 처벌과 수천만 원대 손해배상, 그리고 평생 해당 항공사 이용 불가라는 3중 제재가 기다리고 있다.

비행기에 탑승하는 순간부터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호기심이나 가벼운 마음으로 비상구 주변 기기에 손을 대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내 손끝의 장난이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든 승객이 명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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