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기 여행지 등장에 여행 시장의 지각 변동

한때 ‘가깝고 저렴한 해외여행’의 대명사로 불리며 한국인들의 부동의 1위 여행지 자리를 지켜온 일본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견고하게만 보였던 일본 여행의 인기에 균열을 만든 것은 ‘가성비’와 ‘안전’이라는 두 가지 핵심 가치의 동반 하락이다. 여행객들은 이제 익숙한 선택지 대신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 시선은 공교롭게도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컨슈머인사이트가 최근 발표한 ‘월간 국내·해외 여행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여전히 한국인 해외여행객 3명 중 1명은 일본을 찾을 정도로 인기는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여행지를 일본으로 선택한 이유를 깊이 들여다보면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 일본 여행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혔던 ‘저렴한 비용’의 이점이 뚜렷하게 약화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용이 저렴해서’ 일본을 선택했다는 응답자 비율은 2023년 24%에 달했지만, 올해 들어 17%로 7%포인트나 급락했다.

이는 최근 지속되는 엔화 강세와 무섭게 치솟는 현지 물가가 결합하며 여행객들이 체감하는 비용 부담이 현실화되었음을 시사한다. ‘가성비’라는 절대적 강점이 희석되면서, 여행객들은 더 이상 일본을 값싼 여행지로 여기지 않게 된 것이다.
경제적 매력 감소에 더해, 여행객들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또 다른 변수는 바로 ‘안전’에 대한 우려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확산된 이른바 ‘7월 일본 대재앙 괴담’은 단순한 뜬소문을 넘어 실제 여행 취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 괴담은 일본의 예언 만화 ‘내가 본 미래’에서 2025년 7월 대재앙을 예고했다는 내용이 퍼지면서 시작됐다. 실제로 일본 이시카와현의 지역 언론 ‘호코쿠신문’은 해당 괴담의 영향으로 대만 단체 관광객의 예약이 취소되는 사례를 보도하기도 했다.
평소 주말 80~90%의 객실 가동률을 보이던 한 호텔의 7월 5일 예약률이 50%에 그쳤다는 사실은, 괴담이 여행객들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력을 방증한다.

일본 여행의 매력이 주춤하는 사이,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 지난해 3%에 불과했던 중국행 한국인 여행객 비중은 최근 7%로 두 배 이상 뛰어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지난해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 중국 비자 면제 조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입국 문턱이 낮아지면서 물리적, 심리적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었고, 이는 엔고 현상에 부담을 느낀 여행 수요를 흡수하는 강력한 유인책으로 작용했다.
컨슈머인사이트 보고서는 “일본 여행의 강점이 약화되는 국면에서 비자 면제 조치로 상승세를 탄 중국의 부상이 점쳐진다”고 분석하며, 이러한 트렌드가 당분간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결론적으로, 현재 한국 해외여행 시장은 ‘일본 독주 시대’의 막을 내리고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가성비’와 ‘안전’이라는 두 가지 기준에서 의문 부호가 붙기 시작한 일본은 장기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중국의 부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한국인 여행객들의 선택지가 더욱 다변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일본과 중국을 넘어 새로운 매력을 지닌 동남아 여행지가 주목받거나, 해외여행의 피로감과 불확실성을 피해 양질의 국내 여행으로 수요가 회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제 여행객들은 단순히 가깝고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목적지를 선택하는 시대를 지나, 각자의 가치와 기준에 따라 여행지를 선택하는 새로운 여행의 시대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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