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출국 전 접종 여부 꼭 확인해야”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홍역 퇴치국’ 지위를 공식 인증받았던 대한민국에 다시 경고등이 켜졌다. 한때 우리 사회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던 전염병이, 국경을 넘나드는 여행객들의 여정과 함께 다시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목전에 둔 지금, 해외에서 유입된 홍역 바이러스가 조용히 확산하며 방역망에 긴장을 불어넣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최신 통계는 상황의 심각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올해 7월 5일까지 집계된 국내 홍역 환자는 총 65명으로, 이미 지난해 같은 기간(47명)보다 1.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문제의 핵심은 감염 경로에 있다. 전체 환자의 70.8%에 달하는 46명이 해외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국내로 유입된 사례로 확인됐다.
특히 주목할 곳은 한국인이 즐겨 찾는 여행지인 베트남이다. 해외 유입 사례 46명 중 42명이 베트남 방문 후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특정 지역에서의 감염 위험이 매우 높음을 시사한다.
이 외에도 우즈베키스탄, 태국, 이탈리아, 몽골 등 다양한 국가에서 유입 사례가 보고되면서, 이제 홍역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전반적인 해외여행의 잠재적 위험 요소로 부상했다.

이번 홍역 확산의 또 다른 특징은 감염자의 연령 분포다. 전체 환자 중 76.9%(50명)가 19세 이상 성인이었으며, 이들 중 절반이 넘는 55.4%는 백신 접종력이 없거나 접종 여부를 알지 못하는 ‘면역 공백’ 상태였다.
홍역은 면역이 없는 사람이 환자와 접촉할 경우 90% 이상 감염될 정도로 전파력이 막강한 제2급 법정 감염병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하락한 여파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홍역 유행으로 이어졌고, 면역력이 불확실한 우리 국민이 현지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해지자 방역 당국은 가장 확실한 예방책인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꺼내 들었다. 홍역은 홍역(Measles), 볼거리(Mumps), 풍진(Rubella)을 함께 막는 MMR 백신 2회 접종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예방접종 사업을 통해 생후 12~15개월과 만 4~6세 아동에게 총 2회의 MMR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12개월 미만 영아의 경우, 감염 시 폐렴이나 뇌염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유행 국가 방문 자체를 자제하는 것이 최선이다.

세계보건기구가 공인한 ‘홍역 퇴치국’이라는 지위는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강력한 예방접종 체계 덕분에 자체 발생이 없는 청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국제 교류가 활발해진 이상 외부로부터의 위협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결국 방역의 최전선은 공항 검역대를 넘어, 여행을 준비하는 각 개인의 관심과 실천에 있다. 해외여행 전 자신의 예방접종 이력을 확인하고 필요한 백신을 챙기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나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 동시에 우리 사회 전체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패가 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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