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은 남 얘기?”… 불경기에도 ‘억’대 맞춤형 초고가 패키지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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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가 패키지여행의 새로운 전성기

달랏
달랏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요즘, 여행 업계에서는 의외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바로 ‘초고가 패키지 여행’이 불경기를 비웃듯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2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에 달하는 여행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음에도, 예약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과연 이 고가 상품들이 왜 지금 주목받고 있을까?

패키지 여행의 진화

롯데관광개발 골프 패키지
롯데관광개발 골프 패키지 / 사진=롯데관광개발

기존의 패키지 여행은 다수의 인원을 모집해 출발을 확정하는 구조였다. 반면, 최근 각광받는 초고가 패키지는 기본 개념부터 다르다.

연인이나 가족 단위의 2~4인만 모여도 출발이 가능하며, 일정도 고객의 요청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되는 ‘개인 맞춤형 여행’에 가깝다. 이 같은 변화는 여행을 사치가 아닌 ‘프라이빗한 경험’으로 소비하려는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결과다.

롯데관광개발 골프투어
롯데관광개발 골프투어 / 사진=롯데관광개발

대표적으로 롯데관광개발이 지난 4월 선보인 1억8천만 원짜리 골프 패키지 상품은 4인 기준 팀당 4,490만 원이라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3팀이 출발했다. 단순히 골프장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급 숙소와 항공, 전용 차량과 고급 식사 등이 포함된 ‘럭셔리 패키지’였다.

프리미엄 시장

모두시그니처 블랙
모두시그니처 블랙 / 사진=모두투어

국내 주요 여행사들도 초고가 상품을 본격적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모두투어는 프리미엄 브랜드 ‘모두시그니처’를 통해 고급화된 수요를 공략 중이다.

특히 5성급 이상의 호텔, 노팁·노옵션·노쇼핑을 보장하는 ‘모두시그니처 블랙’ 라인은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며 전체 패키지 판매 비중의 31%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연말까지 40% 이상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모두투어 하이클래스
모두투어 하이클래스 / 사진=모두투어

더불어 모두투어는 신규 프리미엄 브랜드 ‘하이클래스’를 통해 크루즈 여행, 아프리카 특수지역, 유럽 명소 등을 고급화된 방식으로 선보이고 있다.

오는 9월 출발 예정인 아프리카 3국 여행 상품은 무려 2,700만 원대지만, 비즈니스 좌석과 열기구 투어, 고급 숙소 등을 포함한 프라이빗 여행 구성으로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나투어 하와이 패키지
하나투어 하와이 패키지 / 사진=하나투어 제우스월드

하나투어 역시 ‘하이엔드 여행’ 시장에서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자사 고급 맞춤형 여행 브랜드 ‘제우스월드’는 일정부터 동행 가이드까지 모두 고객이 설계하는 100% 오더메이드 상품이다. 단체 일정이 아닌, 단독 가이드와 함께하는 프라이빗 투어 방식으로, 프리미엄 고객층의 니즈를 정조준하고 있다.

하나투어 유럽 패키지
하나투어 유럽 패키지 / 사진=하나투어 제우스월드

그 결과, 2025년 1분기 기준 예약 인원은 전년 대비 16% 증가했고, 판매 금액은 31%나 급증했다. 단순히 고가인 것을 넘어서, 고객 맞춤형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실제로 이 브랜드의 최고가 상품은 지중해와 동유럽을 장기간 여행하는 맞춤형 상품으로, 인당 9,500만 원에 달했다. 이집트와 요르단을 도는 또 다른 상품도 1인당 5,400만 원 수준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초고가 상품들이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수요를 확보하는 이유는 단 하나, ‘대체 불가능한 경험’에 대한 욕구다. 시간과 자원을 들여 떠나는 여행이 단순한 관광이 아닌, 오직 자신만을 위한 고급 경험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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