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단 말에 다들 눈 돌린다”… 동남아 대신 몰리는 의외로 안전한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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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사태 이후
일본·중국·괌·사이판으로 쏠리는 안전 여행 트렌드

캄보디아 국기
캄보디아 국기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때 겨울 여행의 대명사로 꼽히던 동남아시아가 흔들리고 있다. 저렴한 물가와 따뜻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최근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상 범죄 사건이 여행 심리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제는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일본과 중국, 그리고 괌과 사이판 같은 ‘안전한 휴양지’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해외 안전여행 트렌드

일본 홋카이도 겨울 풍경
일본 홋카이도 겨울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겨울 여행 시즌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일본과 중국의 예약률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 10월 말 기준, 국내 여행사들의 11~12월 출발 상품 예약 통계를 보면 일본이 28%로 1위를 차지했고, 중국이 18%로 2위를 기록했다.

베트남은 14%로 3위에 그치며, 동남아의 인기가 다소 주춤한 양상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치안 안정성’이 있다.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 응답자의 82.4%가 “캄보디아 범죄 사건이 동남아 여행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일본 겨울 풍경
일본 겨울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히 18~29세 청년층에서는 88.3%가 불안을 느낀다고 응답해, 자유여행을 즐기는 세대일수록 안전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청결한 도시 환경과 안정적인 치안, 그리고 풍부한 겨울 축제 덕분에 ‘가장 안전한 가까운 해외’로 꼽히며 압도적인 선택을 받고 있다.

중국 역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진 데다 대도시 중심으로 관광 인프라가 재정비되면서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다시 살아난 따뜻한 미국령 휴양지

괌
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동남아를 대체할 ‘따뜻한 바다 여행지’로는 괌과 사이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환율 상승과 물가 부담으로 잠시 주춤했던 두 지역이지만, ‘안전한 미국령 휴양지’라는 장점이 여행객의 불안을 덜어주며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랜드파크 산하 미크로네시아 리조트에 따르면, 올해 동계 시즌 얼리버드 프로모션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5% 증가했다. 특히 11월 이후 동계 시즌 예약률은 30% 이상 급증해, ‘가족 단위 여행객의 귀환’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이판의 평균 기온은 겨울철에도 26도를 유지해, 한국의 추운 날씨를 피해 떠나기 좋은 휴양지로 꼽힌다.

다만 항공편 예약은 여전히 쉽지 않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등 주요 항공사가 정기편을 운항 중이지만, 인기 일정은 이미 매진되는 경우가 많다.

여행사 관계자는 “최근 사이판 예약은 원하는 날짜를 잡기 어려워 미리 항공편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안전이 여행의 기준이 된 시대

사이판
사이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겨울 여행 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안전’이다. 단순히 휴식이나 관광을 넘어, 여행지의 치안과 사회적 안정성이 여행 결정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여행업계는 “가이드가 동행하는 패키지 여행보다 자유여행 중심의 젊은 층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한다. 이는 여행의 자유로움보다 ‘심리적 안정감’을 택하는 흐름이 뚜렷해졌음을 보여준다.

캄보디아뿐 아니라 인접한 베트남, 라오스 등에서도 예약률이 함께 감소한 반면, 일본과 중국은 예약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일본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특가 상품이 조기 완판되는 등 여행 시장의 중심으로 급부상했다.

중국은 상하이와 베이징을 중심으로 도심 관광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한국어 서비스가 강화되는 등 관광객 맞춤 인프라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

상하이
상하이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번 겨울, 여행 시장의 흐름은 ‘가성비’에서 ‘안심비(安心費)’로 바뀌고 있다. 동남아의 낭만 대신 일본의 눈축제, 중국의 무비자 도시 여행, 괌과 사이판의 따뜻한 해변이 새롭게 부상한 것은 단순한 취향 변화가 아니라, 여행의 본질이 ‘안전’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여행은 설렘과 함께 마음의 평온을 찾아 떠나는 일이다. 올해 겨울, 어디로 가든 그 선택의 첫 기준은 ‘불안하지 않은 곳’이 되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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