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는 피하는데 ‘여기’는 몰린다”… 동남아 여행지 중에서 여전히 한국인들이 선택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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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여행 기피 속에서도
발리·인도네시아 노선이 버티는 배경

발리 브라마 비하라 아라마 사원
발리 브라마 비하라 아라마 사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한국인 납치·살해 사건과 잇따른 유사 피해 소식은 많은 여행자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추석 연휴 덕분에 전체 국제선 여객은 824만5천 명으로 역대급 호황을 누렸지만, 동남아만큼은 예외였던 셈이다.그런데 역행하는 숫자가 하나 있다. 바로 인도네시아, 그중에서도 발리행 노선이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 여객 수는 약 10만 명 수준으로 전년보다 20% 넘게 늘었고, 발리는 전 세계 여행 플랫폼에서 2025년 신혼여행지 순위 2위에 오르며 여전히 ‘꿈의 휴양지’로 불린다.

예외처럼 떠오른 발리

발리
발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동남아 10개국 노선의 10월 여객 수는 약 198만7천 명으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4% 줄었다. 필리핀은 30만 명 안팎까지 떨어지며 18%대 감소, 라오스와 캄보디아도 두 자릿수 감소폭을 기록했다.

태국 역시 36만 명 수준이지만 전년보다 4%가량 줄었다. 반면 인도네시아 노선만은 10만 220명으로 20%가 넘는 증가세를 보였다.

이런 흐름은 발리 통계에서 더 선명해진다. 인도네시아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5월까지 발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264만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 이상 증가했다.

발리 울룬다누 브라딴 사원
발리 울룬다누 브라딴 사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같은 시기 한국발 발리 노선은 좌석 공급이 늘어났고,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는 “발리가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해외 휴양지 중 하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인은 여전히 활발히 해외로 나가고 있지만, 동남아 안에서도 ‘피하는 곳’과 ‘더 몰리는 곳’이 극명하게 갈라지는 중이다. 그 경계선의 중심에 안전 이슈와 여행 목적, 그리고 여행지가 가진 구조적인 특성이 놓여 있다.

캄보디아 납치 사건 이후

캄보디아 국기
캄보디아 국기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캄보디아는 한국인 대상 납치·감금 사례로 인해 여행 가면 안되는 위험한 지역이 되었다.

문제는 피해가 특정 도시나 업종에 집중돼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캄보디아=위험’에서 ‘동남아=전반적으로 위험’이라는 식으로 이미지가 확장됐다는 점이다.

실제 범죄는 캄보디아 지역과 연계된 사건이 많지만, 검색창에는 ‘동남아 납치’, ‘동남아 가지 말라’ 같은 단어가 동시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국인이 발리를 계속 선택하는 이유

발리 티르타 강가
발리 티르타 강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동남아 여행지 중에서도 발리만은 다른 궤적을 그린다. 같은 시기 여러 국가의 여객 수가 줄어드는 동안 인도네시아 노선은 오히려 성장했고, 그 중심엔 발리가 있다.

이는 단순히 인기 휴양지라는 이유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여행객들이 실제로 느끼는 ‘심리적 안전감’이 발리에서는 유독 높은 편이라는 점이 중요한 요소다.

발리는 도시형 여행지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거대한 상업지구나 야간 유흥 밀집지보다 해변, 리조트, 자연 중심의 공간이 대부분이며, 여행 동선 또한 숙소를 기준으로 움직이는 방식이 많다.

범죄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도시와 구조적으로 거리감이 있는 셈이다. 여행자 입장에서 ‘관광 중심 섬’이라는 특성은 이동 경로가 단순하다는 인식을 만들어 안정감으로 이어진다.

발리 누사페니다 섬
발리 누사페니다 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동남아에 대한 불안은 단순한 분위기가 아니다. 실제 범죄가 일부 지역에서 증가했고, 사건이 한국인 여행자에게까지 확산되면서 체감 위험도는 크게 상승했다. 그 영향은 여객 통계에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으며, 단기간 여행 심리가 위축되는 것도 당연한 흐름이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는 멈추지 않고 있으며, 동남아 중에서도 발리처럼 안전성이 높게 인식되는 여행지는 오히려 더 주목받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기피나 과도한 공포가 아니라, 정확한 정보와 여행 목적에 맞는 선택이다. 위험 지역과 안전 지역을 구분하고, 최신 정보를 확인하며, 여행 방식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동남아는 여전히 충분히 매력적인 여행지가 될 수 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여행의 기준을 새롭게 세운다면, 불안한 뉴스 속에서도 자신만의 여유를 찾는 여행은 여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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