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여행 오려면 통장 잔고 공개해라”… 3개월치 계좌 내역 제출하라는 ‘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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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재정 능력 검증하는 발리
‘계좌 잔액 공개’ 입법 추진 논란

발리 브라마비하라 아라마 사원
발리 브라마비하라 아라마 사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발리 주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최근 3개월간 은행 계좌 잔액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26년 1월 2일 와얀 코스터 발리 주지사는 인도네시아 국영통신 안타라와의 인터뷰에서 “고품질 관광 관리에 관한 지방 규정 초안”을 통해 관광객의 재정 능력을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규정은 현재 발리 주의회에서 막바지 검토를 거쳐 올해 안에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적 실효성과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출입국 관리는 중앙정부 권한이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집행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며, “부적절하고 성급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발리가 이처럼 강도 높은 규제를 추진하게 된 배경과 논란의 쟁점을 살펴봤다.

3개월 계좌 내역에 체류 계획까지 제출 논의

발리 해변
발리 해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규정 초안에 따르면 발리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입국 전 또는 입국 시 최근 3개월간 은행 계좌 잔액을 공개해야 하며, 체류 기간과 계획된 활동까지 명시해야 한다.

코스터 주지사는 “지난 3개월간 저축액 규모가 고품질 관광을 판단하는 요소”라고 강조하면서, 이를 통해 “일주일치 자금으로 3주간 체류하다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를 방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구체적인 최소 보유 금액 기준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발리 전통 건축물
발리 전통 건축물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발리 주정부는 이 정책이 유럽, 미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 중인 기준을 적용한 것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한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기존 비자 정책에서 신청자에게 2,000달러 이상의 은행 잔고를 요구해 온 바 있어, 이번 규정 역시 유사한 수준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광객의 재정 능력을 사전에 검증함으로써 공공 질서를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관광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2025년 705만 명 방문

2025년 발리 관광객 급증
2025년 발리 관광객 급증 / 사진=여행을말하다 DB

발리가 이처럼 강도 높은 규제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급증한 관광객 수가 있다. 2025년 발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705만 명으로, 전년(630만 명) 대비 11.3% 증가하며 최근 10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 전체 외국인 관광객 1,400만 명 중 약 50%가 발리에 집중된 셈이다.

코로나19 이후 관광 수요가 회복되면서 발리는 신혼여행과 휴가철 주요 목적지로 떠올랐지만, 이 덕분에 쓰레기, 교통 체증, 환경 훼손 등 인프라 부담도 커졌다.

한편 발리 내에서는 외국인 범죄 사례와 공공질서 훼손 문제도 증가하면서, 관광객의 양보다 질을 중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이다. 따라서 주정부는 “고품질 관광”을 내세워 재정 능력을 기준으로 관광객을 선별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법적 실효성 논란

발리 티르타강가 수상 궁전
발리 티르타강가 수상 궁전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발리 주의회 링기 의원은 “출입국 관리는 자카르타 중앙정부 산하 출입국청 권한이므로, 중앙정부 승인 없이는 지방정부가 집행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규정의 현실성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법체계상 출입국 심사는 중앙정부 고유 권한으로, 지방 규칙만으로는 강제력을 갖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반면 브라위자야 대학교 수야드나 사회학 강사는 “부적절하고 성급한 정책”이라며 “관광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법적 논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규정이 주의회를 통과하더라도 중앙정부와의 조율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발리가 인도네시아 전체 관광 수입의 절반을 책임지는 핵심 지역인 만큼, 중앙정부가 지방의 독자적 규제를 얼마나 수용할지가 관건이다. 만약 규정이 현실화되면 한국, 호주, 미국 등 주요 관광객 송출국의 반응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규정 통과 시 2026년 내 시행

발리 울룬다누 사원
발리 울룬다누 사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스터 주지사는 “규정이 주의회를 통과하면 올해 안에 시행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법적 권한 문제와 국제 여론 악화 우려로 실제 집행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발리 주의회는 현재 최종 검토 단계에 있으며, 통과 여부는 수개월 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규정이 실제 시행되기보다는 과잉 관광 문제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발리의 이번 시도는 관광객의 양에서 질로 전환하려는 지방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법적 한계와 전문가 비판, 그리고 국제 관광 시장의 반응이라는 삼중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진정한 고품질 관광은 규제보다 투명한 정책과 신뢰 구축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발리 주정부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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