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납치·환율·분쟁 3중 악재
베트남 비자 정책 성공

동남아 관광 지형도가 급변했다. 태국은 2025년 외국인 관광객이 약 32만 명으로 전년 대비 7.2% 감소하며 코로나19를 제외하면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베트남은 2,150만 명을 유치하며 22%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블룸버그 통신과 태국관광청(TAT)에 따르면, 태국의 관광수입은 약 1조 4,800억 밧으로 4.7% 감소했다. 2019년 3,980만 명을 기록했던 태국은 팬데믹 회복 과정에서 약 80% 수준까지 올라왔으나, 2025년 들어 다시 주저앉았다.
반면 베트남은 2016년 1,000만 명 이후 10년간 2배 성장을 이뤄내며 UN 관광기구가 인정한 세계 최고 성장률(글로벌 평균 5%)을 기록하는 셈이다. 태국 부진의 원인과 베트남 약진의 배경을 살펴봤다.
태국을 덮친 3중 악재

태국 관광산업이 무너진 직접적 원인은 세 가지다. 2025년 1월 3일 중국 배우 왕싱이 미얀마 국경 근처 사기 조직에 납치됐으며, 4일 후 구출됐지만 중국 내 SNS에서 관련 해시태그가 5억 회 이상 언급되며 안전 우려가 폭발했다.
게다가 미얀마 국경 지역에는 약 6,000명 이상의 피해자가 억류된 것으로 추정되는 범죄 단지가 운영 중이며, 이는 Global Organized Crime Index가 “세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한 곳이다.

여기에 밧화 강세가 겹쳤다. 2025년 한 해 동안 미국 달러 대비 약 9.4% 상승하며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 체감 여행 비용이 크게 올랐다. 밧화 강세는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관광 산업에는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하는 상충 관계다. 특히 가격에 민감한 중국·동남아 관광객에게 태국의 매력도가 급격히 떨어진 셈이다.
7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친 캄보디아와의 국경 분쟁도 심리적 타격을 줬다. 7월 24~28일 무력 충돌로 최소 48명이 사망했으며, 12월에도 재차 교전이 발생해 약 20명이 추가로 희생됐다.
한편 140만 명 이상의 주민이 대피하는 등 지정학적 불안이 심화되며 여행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태국 손실은 베트남 이익

태국이 잃은 중국 관광객을 베트남이 고스란히 흡수했다. 태국을 찾은 중국인은 약 436만 명으로 전년 대비 33.6% 급감했으며, 이는 2024년 약 670만 명에서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반면 베트남은 2025년 1~8월에만 353만 명의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며 44% 증가했다.
중국 내에서는 태국 여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왕싱 사건 이후 “태국 여행 위험” 관련 게시물이 폭증했으며, 이 덕분에 베트남·말레이시아·일본 등 대체 여행지로 관광객이 대량 이동했다.
태국관광청은 2024년 주요 관광국 순위에서 말레이시아(438만 명)가 1위, 중국이 2위로 밀려났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았던 태국에 치명적 변화다.
베트남은 약세 통화와 비자 정책 덕분에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했다. 특히 중국 관광객의 평균 지출액은 하루 약 150달러로, 태국에서 이탈한 고소득 관광객층이 베트남으로 넘어온 셈이다. 따라서 베트남의 관광수입은 1조 VND를 넘어 약 39억 8,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경제적 효과도 극대화됐다.
베트남의 비자 면제 정책 확대

베트남 약진의 핵심은 적극적인 비자 정책이다. 2025년 8월 베트남은 폴란드·체코·스위스 등 12개국을 추가해 총 39개국에 45일 무비자 혜택을 제공했다. 게다가 고위 인사·투자자·과학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 비자 카드(5년 유효)까지 도입하며 장기 체류 수요를 겨냥했다.
이 정책은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구조적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베트남관광청(VNAT)에 따르면, 비자 면제 정책 시행 이후 유럽 관광객이 18% 증가했으며, 동남아시아 내에서도 “가장 방문하기 쉬운 국가”로 인식이 전환됐다. 반면 태국은 안전 문제와 환율 악화라는 통제 어려운 변수에 발목이 잡혔고, 따라서 정책 경쟁에서 밀린 셈이다.
베트남은 2026년 외국인 관광객 2,500만 명, 관광수입 1조 1,250억 VND를 목표로 설정했다. 한편 태국은 2026년 3,490만 명을 목표로 4% 회복을 예상하지만, 중국 시장 신뢰 회복에는 최소 1~2년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태국의 7.2% 감소와 베트남의 22% 증가는 동남아 관광 경쟁의 핵심 변수가 “가격”에서 “안전과 접근성”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태국은 납치·환율·분쟁이라는 3중 악재로 10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며, 중국 관광객 436만 명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베트남은 비자 면제 정책과 약세 통화를 무기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며 역대 최대 2,150만 명을 달성했다. 한번 정책화된 경쟁력은 단기간에 역전되기 어렵고, 태국의 구조적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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